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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공 작업자 추락사 못 막는 이유 [2022-12-22]
  • 작성자 관리자
  • 조회수 2
2026-04-04 17:43:04

차준호는 인천 송도국제도시의 49층 아파트에서 떨어져 죽었다. 2021년 9월27일의 일이다. 그날 차준호는 외줄에 의지해 아파트 외벽을 닦고 있었다. 

꼭대기 층부터 청소를 시작해 15층에 이르렀을 때, 차준호의 몸을 지탱하던 작업 로프가 끊겼다. 스물아홉살 청년은 51m 아래 바닥으로 속절없이 추락했다. 그에겐 부인과 네살 난 아들이 있었다.

차준호가 죽은 뒤 산업안전보건기준 규칙이 개정됐다. 로프형 작업대를 이용해 외벽 청소를 할 때 사업주가 로프 보호대를 반드시 설치하도록 의무화한 것이다. 하지만 그 뒤로도 고공 작업자들은 계속 떨어졌다. 

차준호가 당한 것과 비슷한 사고가 올해만 모두 10건 이상 있었다. 사고를 당한 작업자는 모두 죽었다.

고공 로프 작업자는 한달에 한명꼴로 떨어져 죽는다. 빈도가 낮지 않다. 산업안전보건공단이 2021년에 펴낸 보고서(<달비계 작업안전 기술 개선 연구>) 를 보면, 2022년 10월 고공 로프 작업 사망 사고 현황’에도 해당 기간에 39명이 숨진 것으로 나와 있다.

사고가 반복되는 건 ‘구조적 원인’이 있다는 뜻이다. 작업자의 실수나 부주의 탓만은 아니란 얘기다. 구조적 원인을 가늠할 수 있는 사고가 10월10일 발생했다. 이번에도 인천 송도였다. 아파트 외벽 청소 작업을 하던 30대 노동자 최정도(가명)가 사고를 당해 숨졌는데, 현장에선 갈기갈기 찢긴 로프 보호대가 발견됐다. 재질은 천이었다. 보호대가 로프를 ‘보호’하지 못해 사람이 떨어진 것이다.

이 사건은 지난해 차준호의 사고를 소환했다. 차준호가 죽은 뒤 고용노동부는 사업자에게 로프 보호대 지급 의무를 강화했던 것이다. 차준호는 보호대 없이 고무장갑을 로프 아래 덧댄 채 작업을 하다 줄이 끊겨 추락했다. 그런데 10월의 사고는 보호대가 있어도 로프가 끊어져 사람이 죽을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차준호의 친구 현명수(가명)는 “천으로 된 로프 보호대를 지급하는 곳이 많은데 이런 보호대는 로프를 전혀 보호할 수 없다”고 말했다. 현명수 역시 고공 로프 작업을 해본 경험이 있다.

보호대는 왜 로프 절단을 막지도, 작업자의 생명을 지키지도 못했을까. 고용노동부가 사용자의 보호대 지급을 의무화하면서도 보호대의 재질과 강도에 대한 별도 규정은 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보호대는 재질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사업자가 굳이 비싼 돈을 들여 튼튼한 보호대를 작업자에게 지급하지 않아도 되는 길을 정부가 열어준 것이다. 실제로 포털사이트에 ‘로프 보호대’를 검색하면 다양한 재질의 보호대가 검색된다. 고용노동부는 이런 상황을 예상하지 못했을까. 

“탁상행정이 사람을 죽인 거죠. 이런 사고가 내일 또 일어난다고 해도 이상할 게 없어요. 로프 보호대 규정이 규칙에 포함됐지만, 작업자들은 전처럼 자기들이 직접 만든 로프 보호대를 가지고 다닙니다.” 현명수의 목소리는 잔뜩 격앙돼 있었다.

한겨례 / 이승욱 기자 seugwookl@hani.co.kr

[2022-12-22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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